13살 서연이가 '1억'내고 맞은 주사…日에선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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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62717045763560&outlink=1&ref=%3A%2F%2F
[하늘의 선물을 빼앗긴 사람들 - ④] 고가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생존주사'인데 점수 매겨 탈락시키는 韓 보험…
일본은 병 앓는 모든 이들에게 주사 지원, 교토 사는 환우 유다 유이씨 "국가가 일방적으로 치료 중단하는 것, 매우 위화감 느낀다"
[편집자주] 매일 근육이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려 마침내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하늘의 선물' 같았지요. 그러나 이내 빼앗겼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야길 하나씩 들려드리려 합니다.
아픈 건 13살 딸이었다. 이름은 서연이. 앓는 병은 척수성근위축증(SMA). 시간이 갈수록 근육이 약해지고 굳는 거였다. 치료 주사를 맞지 않으면 심한 호흡 곤란이 올 수 있었다. 죽을 수 있었다. 거듭 말하지만 주사 가격은 1억원. 기댈 건 건강보험 적용뿐이었다. 그럼 1억원짜리 주사를 600만원에 맞을 수 있었다.
딸은 죽을 수도 있고, 치료제는 1억원이고, 건강보험은 탈락했고. 그 모든 걸 바라봤을 아버지 마음은 어땠을까. 매일 딸의 호흡 체크를 했다. 치료제를 중단하니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선택했다. 1억원을 내어서라도 주사를 맞히기로. 그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사는 1년에 3번씩 맞는 거였다. 아버지에게 다음 주사를 맞힐 돈은, 더는 없었다. 같은 주사를…일본 사는 유다 유이씨는, 10만원에 맞았다
일본 교토에 사는 유다 유이씨도 척수성근위축증(2형) 환자다. 세 살 때부터 전동 휠체어를 탔다. 인공호흡기와 보조 장치도 쓴다. 일상을 보내는 거의 모든 시간에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24시간 공적 활동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최한 포럼에서,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 내용이다. 서연이가 1억원을 내고 맞았던 주사, 스핀라자. 유이씨도 2018년부터 그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유이씨가 낸 돈은 10만원에 불과했다. 일본의 보험 제도 덕분이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이미 2009년부터 '지정난병'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래서 의료비 상한액이 △생활보호자 0엔 △연소득 160만엔(약 1450만원) 미만은 최대 5000엔(약 4만5000원) △연소득 160~370만엔(약 3400만원)은 최대 1만엔(약 9만원) 등이었다. 고소득자도 연 30만원을 넘기지 않게 돼 있다. 그 덕분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유이씨는, 한 달에 의료비 10만원 넘게 낸 적이 없었다. 유이씨는 자신과 같은 병을 앓지만 주사를 못 맞는, 한국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주사를 맞기 위해 척수성근위축증이 3살 이전에 발병했단 걸 증명해야 하거나, 운동 평가를 거쳐 치료제 효과를 보여줘야 한단 걸 알게 됐다. 그가 이리 말했다. 그로 인해 삶에서 꿈꿀 수 있게 된 일은 뭘까. 유이씨는 대학원에 다닌다. 연구도 한다. 환우들이 느끼는 생각을 인터뷰해, 치료와 관련된 정치 부분을 공부한다. 유이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현재 한국의 자기부담 기준이 일본에 적용된다면, 극히 일부의 고소득자 외에는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겁니다." '구르기', '점프하기' 등 평가 척도 문제…독일·프랑스 등 연령 상관없이 급여 혜택 받아
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면, 연령 등과 상관없이 급여 혜택을 받는 나라가 많다. 독일은 '급여 제외 방식'이라 미용이나 성형 목적이 아니면 대부분 급여가 적용된다. 프랑스도 치료제를 맞은 뒤 별도 효과를 증명하지 않아도, 의사 판단으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는 희귀의약품 급여를 지원하는 '5% FUND' 기금이 있고, 스핀라자에도 적용됐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스핀라자를 맞다가 탈락하는 환우들이 많은 건 '운동 기능 위주 평가' 때문이다. 급여 적용을 놓고 '하이네'와 '해머스미스'란 두 가지 척도로 평가한다. 하이네는 '머리가누기', '움켜쥐기', '발차기' 등을, 해머스미스는 '앉기', '구르기', '점프하기' 등을 평가한다. 움직임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주로 보고, 점수를 유지하거나 올려야 약을 주는 거다. 이 기준이 특히나 간과하는 게 있다. 척수성근위축증 '1형 환자'다. 이들은 모든 근육의 힘이 빠져, 호흡조차 기계 도움 없인 힘든 경우가 많다. 앞서 스핀라자 급여에서 탈락한 서연양도 1형 환자인데, 운동 기능을 평가해 0점이 나왔다. 1형 환자는 '운동 기능'보다도 '생존'을 위해 치료제가 필요하다. 강연수씨는 "생명 연장을 시켜줄 필수적인 약"이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기대하는 약 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중단하는 건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시내씨는 아이가 척수성근위축증 '1형'을 앓고 있다.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 임상 실험으로 26회 동안 스핀라자를 맞았다. 6살까진 지속적으로 좋아지다가, 주춤하는 시기가 왔다. 아이는 계속 크는데 치료제 양은 일정해서였다. 유씨는 "지금은 17점에 머물러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그랬다. 하지만 주사를 맞을 때마다 좋아지고 있단다. 못하던 동작도 한다. 유씨는 "예를 들면 운동기구에서 일어날 때, 팔을 짚어도 못 일어났었는데 일어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반영할 점수 항목이 없단다. 그는 "제일 큰 변화가 6살 이후로 물속에서 걷는 게 가능해졌다"며 "그래도 점수에 반영이 안 된다. 항목이 없거나 자세하지 않다"고 했다. 권익위 "급여기준 개선하라" 권고했지만…평가 기준 달라진 게 없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4월, 심평원에 "척수성근위축증 1형 환자와 관련된 치료제 급여 기준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민원인은 서연양의 아버지였다. 김서연 척수성근위축증 청년 TF 홍보부장은 "민원 1등이 나오기까지 하루 2~3시간을 주무시고, 하루에 몇 십 개씩 민원을 넣으신 것"이라며 "그정도로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부조리함이 있다"고 했다. 그리 힘들게 권익위 권고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심평원의 급여 평가 기준은 달라지지 않았다. 스핀라자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3세 이하에서 18세 이하로 확대되는 안건은,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통과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보고를 마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 등이 남았다"고 했다. 그러나 환자 특성을 섬세하게 고려해, 치료제 효과를 면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끔 기준이 바뀐 건 없다. 여전히 '하이네'와 '해머스미스' 두 가지 평가 기준으로만, 유지하거나 개선하지 않으면 치료제 기회에서 탈락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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