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코드 ‘G71.1-2’ 아시나요?” 인공호흡기 달고 사는 제주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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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미회
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5-05-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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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희귀질환, 병명 찾는데 1년…“우리 봄이 살려주세요” 애끊는 부모

박하은씨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봄. ⓒ제주의소리
박하은씨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봄.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선천적으로 희귀질환을 안고 태어난 양봄(4) 양은 잘 때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근육이 다른 아이들과 달라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배에 구멍을 뚫어 위루관을 삽입해 음식과 약물, 영양제를 섭취하는 삶을 견뎌내고 있다. 

봄이 가족에게는 평범한 다른 가족들과는 차이가 있다. 봄이의 어머니 박하은(37)씨는 뛰놀다 넘어져 다치기도 하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부러울 때가 많다. 봄이가 자신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스스로 탓하고, 원망하는 박씨는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달리기 경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임신 중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라는 의료진의 소견을 들은 박씨는 다급한 마음에 상경해 수술을 받았다. 심리적인 불안감과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강행군 탓에 임신 35주차에 조산을 하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봄이다. 

봄이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리 몸에 근육이 부족했다. 스스로 잘 움직이지 못해 마치 인형처럼 가만히 누워있기만 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유전자, 근육 등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병명조차 알지 못해 가족들은 봄이가 진짜 ‘희귀한’ 질환을 앓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감이 쌓여갔다.

 

1년의 세월이 흘러 찾아낸 원인은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 코드 ‘G71.1’과 ‘G71.2’.  



병원 치료에 힘겨워하는 봄이. 
중심핵병(CCD)이라는 병명으로, 근육 수축과 에너지 대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 질병이다.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우유를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삶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씨는 “정말 힘들었다. 아이(봄)가 먹지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쉬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산후조리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서 자책하지 말라고 해도 엄마의 마음이 어떻겠나”라고 기억했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질병관리청은 1300여개 정도의 희귀질환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질병 코드가 부여되지 않은 희귀질환도 있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병도 상당하다. 

희귀질환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관련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OO번 염색체에 문제가 있다는 원인 정도를 알더라도 건강에 도움되는 치료 방법을 비롯해 질병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도 알 수가 없다. 

태어날 때 뇌병변까지 동반한 봄이는 중증장애 판정을 받고, 1년에 한번씩 병원에 2~3주 정도 입원해 종합 건강검진을 받는다. 또 매년 2차례 육지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봄이와 함께 하는 외출은 가족에게는 매우 고된 일이다. 근육이 역할을 못해 호흡기에 가래가 끼는 일이 잦아 꾸준히 분비물을 빼줘야 한다. 인공호흡기가 필수품이고, 산소통과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늘 갖고 다녀야 한다. 

봄이의 목숨을 지켜주는 필수품 외에 기저귀 등 생활용품까지 챙겨서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는 일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봄이는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잠을 자다가 불편함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떼어 버릴 수도 있어 봄이의 부모는 늘 선잠을 잔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봄. ⓒ제주의소리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봄. ⓒ제주의소리

올해 봄이는 제주영지학교 유치원에 들어갔다. 의료 지원이 필요해 입학이 쉽지 않았지만, 봄이 어머니는 제주도교육청에 애타는 심정으로 편지를 썼고, 장학사 면담을 통해 결국 봄이가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어머니 박씨는 “봄이가 건강해지려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생활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의료 지원 등이 어려워 어린이집이 낫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유치원일 때 받는 지원보다 어린이집은 자부담이 컸다. 봄이 같은 아이들도 유치원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했고, 결국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봄이가 많이 활달해졌다. 처음에는 가족이랑 떨어지기 싫어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봄이가 유치원에 있을 동안 근처에 항상 대기중”이라고 했다. 

올해 봄이는 제주영지학교 유치원에 들어갔다. 의료 지원이 필요해 입학이 쉽지 않았지만, 봄이 어머니는 제주도교육청에 애타는 심정으로 편지를 썼고, 장학사 면담을 통해 결국 봄이가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어머니 박씨는 “봄이가 건강해지려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생활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의료 지원 등이 어려워 어린이집이 낫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유치원일 때 받는 지원보다 어린이집은 자부담이 컸다. 봄이 같은 아이들도 유치원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했고, 결국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봄이가 많이 활달해졌다. 처음에는 가족이랑 떨어지기 싫어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봄이가 유치원에 있을 동안 근처에 항상 대기중”이라고 했다. 

박씨는 “봄이가 유전적인 요인으로 희귀질환을 앓고 있으니 부모로서 마음이 미어진다. 봄이가 둘째고, 그 위로 4살 많은 첫째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첫째는 무엇을 하고 싶어도 ‘동생이 아파서 우린 못하지?’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정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질병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으니 해외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영어로 된 논문까지 찾아본다. 희귀질환 가족들의 맘은 모두 저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가 봄이의 호흡기의 분비물을 제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어머니 박씨가 봄이의 호흡기의 분비물을 제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씨는 “희귀질환에 대한 지원이 있지만, 좀 더 세밀한 부분에서의 지원이 아쉽다. 병원 치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나 기저귀 등 소모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저와 남편은 성인이지만, 첫째는 아직 어리다. 가족을 위한 심리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돌봄 제도를 활용하기도 어렵다. 돌봄사들이 봄이의 얘기를 들으면 전문적인 의료인이 아니라서 실수할까봐 봄이 돌봄을 피한다. 끝이 없는 달리기 경기를 하는 기분이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언젠가는 치료제가 나오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하루를 견뎌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봄이는 희귀질환자 중에 상황이 좋은 편이다. 희귀질환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희귀질환이 의심될 때 가족들이 참고할 만한 책자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지, 어떤 병원에서 어떤 검사가 가능한지, 어떤 기관에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정도라도 정리된 책자가 필요하다. 봄이와 비슷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은 덜어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당초 ‘희귀질환 극복의 날’은 2월 마지막 날과 5월23일이 혼용되다가 2023년 희귀질환관리법 개정에 따라 매년 2월 마지막 날로 통합됐지만, 아직도 달력에 잘못 기재된 경우가 있다. 2월의 마지막 날로 변경된 데는, 2월 29일이 4년에 한 번 오는 ‘희귀한 날’ 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2월 29일이 없는 해에는 2월28일에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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